[기고]매년 6월 3일은 농아인의 날입니다.

나와 모든 농아인을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설 수 있기를,

김미옥 | 기사입력 2021/06/02 [16:43]

[기고]매년 6월 3일은 농아인의 날입니다.

나와 모든 농아인을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설 수 있기를,

김미옥 | 입력 : 2021/06/02 [16:43]

경기농아인협회 오산시지회 김미옥 지회장이 제 25회 '농아인의 날'을 수어로 알리고 있다.   © 신동성


1997년 6월 3일 처음 ‘농아인의 날’이 만들어지고 올 해로 25번째 해를 맞이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농아인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농아인은 의사소통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는 농아인을 매우 대상화하는 접근이다. 

 

농아인의 의사소통 장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소통의 장애인 것이다. 수화를 모르고 한 가지 소통방식만 고집하는 우리 사회가 소통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회적 장애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 왔을까?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고 또 2월3일을 ‘한국 수어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으며 수화통역센터를 시군단위로 확대하여 세워졌다. 

 

‘수화’를 언어적 존중을 담은 ‘수어’라는 용어로 대체하기도 했다. 외형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유니버셜 디자인의 관점에서 버스정류장의 버스 정보뿐 아니라 사회구조물의 정보제공 방식을 시각화 하였고 주요뉴스를 비롯한 일부 공영방송프로그램에 수화통역이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주요브리핑에 수화통역사가 배정되었다. 많은 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말로 농인의 삶에는 가시적 현상만큼 큰 변화가 있었을까?

농아인 자녀를 둔 부모는 아직도 자기 자녀를 농인으로 잘 키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으며, 어렵게 농학교를 찾아 입학시켜도 교사들은 수화를 모른다. 

 

좀 더 나은 직업을 찾는 농인들은 지금도 직업경쟁 속에서 소외되어 더 열악한 환경의 직종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오산지역은 농아인을 채용하는 사업체가 적어 외부지역으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수화통역센터에는 수화통역을 제공해주는 통역사가 3명밖에 없어 통역사의 스케줄에 농아인의 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일정이 맞지 않을 경우 통역사 없이 스스로 수화를 모르는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한국인이 한국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길러지는 것처럼 농아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농아인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농아인이 아닌 사람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자기 실력을 키워가고 사회에 자기를 실현해갈 수 있는 길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요원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 단일문화 사회에서 더 큰 사회,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려는 오늘의 시점에서 농아인은 장애인이 아닌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으로 봐 주기를 소망한다. 

 

농아인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을 소리를 듣는 사람들만이 정상이 아니라 잘 보고 세상을 이해하며 자기를 성장시킬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 농아인도 정상이라는 관점으로 조절해야만 상호간의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1946년 6월 조선농아인협회 설립을 기념하는 6월과 귀 모양을 상징하는 숫자 3을 차용한 6월 3일 농아인의 날의 25번째 해를 맞아 농아인 당사자로서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내 주변의 모두가 다시 한 번 나와 모든 농아인을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설 수 있도록 다시 기억해 주기를 소망한다.

 

▲ 경기농아인협회 오산시지회 김미옥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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