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배웅 - 이상희

신동성 | 기사입력 2020/06/01 [10:25]

<문화산책> 배웅 - 이상희

신동성 | 입력 : 2020/06/01 [10:25]

 배웅

                               이 상 희

돌아간다기에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기에
배웅을 한다

이승과 저승의 거리가
가늠조차 되지 않아
보내는 마음이 더 아릿하다

만날 때 이미 이별은 시작된다지만
맞닥뜨린 이별을 도리질 치며
삼베자락 부여잡는 그 마음
어찌 뿌리치고
적선을 베풀지 않는 운명은
참으로 매정하다

다시는 부를 수 없고
다시는 만질 수 없어
그리움은 더 아파지겠지

기억 속 조각으로 남은 추억은
종종
외로운 마음을 그리움으로 적실 거야

그렇더라도
더는 울지 말자

오래 전 그집으로 돌아가
여행가방을 풀며
주절주절 늘어놓을 얘깃거리에
눈물만 가득 채워갈 수는 없잖아

언젠가는 다시 만날 텐데
잘 지내다 왔노라고
자랑할 거리 잔뜩 채워서
선물처럼 가져가야 하잖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님의 발걸음에
눈물 말고 미소를 깔아드려야겠다
함께였던 내내
사랑했다고
당신 덕분에 행복했다고

 

 이상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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