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회적 거리 속의 하루 - 성백원

신동성 | 기사입력 2020/04/17 [11:51]

<문화산책> 사회적 거리 속의 하루 - 성백원

신동성 | 입력 : 2020/04/17 [11:51]

 사회적 거리 속의 하루

 

                                 성백원

 

고통을 견디는 일도
가다 보면 길이 있다

 

냉장고를 비워낸다는 것이
신비롭고 행복하다

화석을 찾거나
냉동 된 역사를 되살린다


진도 막걸리 꺼내
고체화 된 굴봉지를 녹여
가여운 입에 붓는다


어제 딴 청양고추를 초고추장에 넣고
녹여낸 굴들이 싱싱하다


혼자 산다는 것이
이토록 넉넉하다는 것은
문명의 힘이기는 하지만
문명이  길러낸 운명이기도 하다


격리된 하루
고독이 가져다 준 넓이
좁아서 더 크게 만나는 세상의 무게
나를 지키는 것 또한 나를 버리는 것


그런 하루의 행복이
늙은 수염으로 깊어간다

 

성백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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